2021

- KARTZ: ART SHAPES THE FUTURE 展 - 전혜정(아트토큰 수석큐레이터, 미술평론 / 예술학박사)

<전예진, 현재를 이루는 순간들이 보여주는 역설과 모순의 빛>
전예진의 작업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지나간 후회스러운 일들에 매몰되어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과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가정(假定)의 질문들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불안한 미래에 휩싸여 그 불안이 현재를 잠식하도록 두는 것은 얼마나 흔한 일인가. 전예진은 이러한 과거의 후회나 미래에의 불안을 벗어나 “현재의 순간”에 오롯이 집중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고 이를 작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를 이루는 순간들”, 다시 말해 현실의 모습과 현재의 꿈이 중첩되는 이미지들이 전예진 작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전예진의 지금 현재는 작가 자신과, 작가를 둘러싼 사람들, 특히 작가와 동년배인 청춘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순간들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인상적인 현재의 순간들은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전환점(轉換點)과 변곡점(變曲點)으로서의 순간들이라기보다는, 때로는 친구들과 놀거나 수다를 떠는 순간들, 또 때로는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거나 쉬는 소소한 모든 일상들의 단면들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현재 작가가 꾸는 꿈, 좀 더 구체화하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으로서의 꿈이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되어 다시 현재 작가의 마음에 반영되는 꿈과 소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과거 의 반영일 수도, 현실의 모습일 수도, 때로는 다소 이상화된 미래의 순간일 수도 있다. 작가의 현재는 현실과 꿈, 즉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해 지금 현재의 내 모습과 내가 바라는 혹은 나의 상상 속 이미지의 모습이 겹쳐져 ‘지금, 여기’이나 꼭 ‘있는 그대로’는 아닌, 역설과 모순을 담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하게도 전예진이 그리는 현재는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에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지만, 그래도 현재를 재구성하는 회화의 그 순간은, 과거를 캔버스에 재현 하는 정지된 순간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를 구성함으로써 그 현재에 “영원” 이라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영원한 순간들(Eternal moments)”이 된다.
순간들이 연속되는 이 세계는 현재이나 현실이 아닌 아이러니한 세계, “뒤틀어진 세계(Twisted world)”이다. 이 세계의 젊은이들은 화려한 열대의 식물들 속에 몸을 드러내기도 몸을 감추기도 하고, 몸과 색으로 이야기하나 얼굴은 없다. 아니 열대의 식물들 보다 더 강렬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전예진은 현재의 순간을 사는 우리가 얼굴이 아닌 내면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 즉 색은 있으나 얼굴은 없는 얼굴들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작가가 꾸는 일종의 이상향으로 표현된 열대는 온갖 색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하되, 정작 그 속의 젊음들은 얼굴없이 자신들의 현재를 산다. 얼굴은 있으되 눈만 빼꼼이 보이는 붉은 두건을 쓴 소녀/소년 – 혹은 여성/남성도 마찬가지이다. 쌍둥이인 듯 형제 자매인 듯 항상 함께하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존재는 서로 소통하며 거울같이 서로의 존재를 비춘다.
뒤틀어진 세계에서 이 두 존재가 만나서 목적없이 순간들을 쌓아가는 알 수 없는 그 공간은, 꿈꾸고 있지만 가 닿을 수 있고,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난 “다른 공간”, “이질적인 공간”이다. 푸코(Michel Foucault)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와도 같은 이 이질적 다른 공간에서는 모순의 아이러니가 빛난다. 가장 밝은 빛을 내는 태양이 있기 위해서는 가장 어두운 존재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 빛이 있기 전 어둠이 있었으며, 내면의 어두움과 상처가 화려한 색채의 그림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전예진의 디지털 활동명 ‘Black sun’도 이러한 의미이다. ‘Black sun’은 화려하고 외면적인 것 밑바탕에 존재하는 우울과 고통, 상처의 기억을 오히려 발랄하고 유쾌한 이미지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밝은 태양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처럼, 작가가 가진 내면의 어두움과 상처의 검은 빛이 오히려 태양의 밝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뒤틀어진 세계’라는 이질적 세계에서 ‘현재’의 ‘순간’은 ‘영원’의 모순을 꿈꾸며 작가의 캔버스 속에서 모니터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나아간다. 화려한 듯 보이나 내면을 탐구하고 싶어하고, ‘순간’을 포착하려 하나 ‘영원’을 꿈꾸고, ‘현재’를 살고자 하나 현실이 아닌 소망의 ‘꿈’을 담는 이 역설과 모순의 충돌 속에 전예진이 만들어낸 존재들은 화면과 마주하는 그 순간의 경험들 속에 우리와 함께 빛나고 싶어한다. 검은 태양의 밝은, 아니 어두운 빛을 받으며 계속.

_ 전혜정(아트토큰 수석큐레이터, 미술평론 / 예술학박사)




- Blink 展 서문 - 정지연(Research & Art Gallery 큐레이터)

<블링크>
폭염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잠깐, 즐거웠던 어린 시절 물놀이가 떠올랐다. 아침에는 갑자기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했던 날, 누군가 나를 원망하고 떠나간 날이 스쳐갔다. 눈을 한 번 깜빡, 할 때마다 지금의 시간에 과거가 끼어드는 날들이 있다. 일상에서 불쑥 화면 전환이 많은 사람은 추억 또는 아픔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때로 우리는 과거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미래도 볼 수 있다. 달나라에 가는 상상, 가본 적 없는 도시를 걷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웃으며 식사를 하는 모습을 머리 속에 간절히 그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 사이의 시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전예진 작가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허무하고 유한한 인간의 시간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기억들은 상처와 두려움을 동반하여 자주 나타났고, 한동안 작가는 일상에 몰두하기가 어려웠다.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도 자꾸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는 ‘뒤틀어진 세계 Twisted World’ 연작들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현실로부터 도망쳐 도착한 세계는 기이하고 황량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복면을 쓴 존재들은 외롭고 두렵다. 불안하고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자유로움과 평안함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는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면서 점차 이상적인 시공간을 바라고 상상하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반복되는 자연의 모습은 작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영원한 순간들 Eternal moments’ 시리즈는 자연 속 사색의 순간들에 대한 연작이다.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존재하면서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 익명성을 위해 얼굴에 색을 칠하긴 했어도 이들은 복면을 벗고 있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희망 사이를 오가며 작업을 하지만, 지금이란 시간이 현재의 일상을 사는데 오롯이 할애되기를 바란다. 작가가 간절히 원하고, 작업을 통해 도달하고 싶은 상태는 현재의 순간에 몰두하는 것이다. 휴식과 쉼, 행복의 의미를 찾아 나아가는 작가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당신이 과거에 사로 잡혀 있더라도 큰 호흡으로 눈을 한 번 깜빡, 하면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작가는 그 동안 아크릴, 오일 파스텔 등으로 평면 작업을 해왔지만 증강현실과 희소성을 가진 디지털자산인 NFT(Non-Fungible Token) 등 다양해지는 예술의 전달 방식에 따라 영상이나 2D, 3D 등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시도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두루 볼 수 있다. 물론 매체가 무엇이든 숲과 나무의 잎들을 표현하는 작가의 방식은 시각적 개성과 매력으로 충만하다.

- 큐레이터 정지연
​​​​​​​
<Blink>
Under the scorching summer heat, a joyful day in my childhood came to mind, a day when I had fun dabbling in water. On a day when I got into an unexpected accident in the morning, a memory of someone flashed by momentarily, someone who left me a long ago, blaming me for everything that went wrong. Every now and then, a glimpse of memory abruptly cuts in on our present. A person with lots of memories or memories of pain may experience these sudden shifts of scenes more often. Not only are we able to visualize our past in our memories, but we can also see the future in our imagination. We imagine, rather desperately sometimes, going to the moon, strolling in a city that we’ve always yearned to be in, or having a nice meal with a person that we have a crush on. But not many people seem to know how to live in the moment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The artist is known to have experienced the death of someone close to her. She must have been devastated, facing the futile and finite time given to humans. Those painful memo-ries packed with emotional wounds and fears surfaced quite often, making it hard for her to keep her daily life going for a while. She said that she could not help but imagine the worst things at that time, even if she had consistently convinced herself that she had to live in the present, not the painful past. The Twisted World series expressed this agony inside of her well. The world she reached by trying to escape from the distressing reality, however, was bizarre and dreary. People wearing masks to conceal them-selves look lonely, scared, anxious, and even le-thargic. Where should they go to find freedom and peace of mind? Contemplating the meaning of life, the artist came to hope for and imagine an ideal space and time. The appearance of nature, which changes and repeats over time, brought peace to her mind and eventually became a source of inspiration. The Eternal moments is a series of work capturing the moments of contempla-tion in nature. In the paintings, people were not wearing masks, though they painted their faces for anonymity. They are not bound by others’ attention and are simply enjoying the present.
Though she alternates between memories of the past and hopes for the future when working on her artwork, she hopes that her time can be completely devoted to living in the present. The state that the artist longs for and wants to reach through her work is to be able to immerse in the present moment. I hope that you will be able to join her journey to find the true meaning of rest, pause, and happiness as well. Even if you too are pre-occupied with the past, I hope that you will come back and live in the present after tak-ing a deep breath and blinking your eyes once.
The artist has mostly been working on flat sur-faces with acrylic colors and oil pastels, but as the delivery of art has grown to take diverse forms with time (think about augmented real-ity or non-fungible tokens, etc., for example), she also started to expand her horizon to new fields, using digital media such as video art or 2D/3D platforms. This exhibition will be a great opportunity to see her various attempts. Grant-ed, whatever the medium, her way of express-ing the leaves, trees and forest is undoubtedly distinctive in terms of visuality and charm.

- Curator Jiyeon Jeong
Back to Top